엽편 소설 · 비 오는 창가퇴근길에 시작된 비는 저녁이 되어도 그치지 않았다. 서윤은 젖은 우산을 현관에 세워 두고, 불을 켜는 대신 창가의 작은 스탠드만 켰다. 노란 불빛이 책상 위에 둥글게 고였다.창문에는 빗방울이 길을 내며 흘러내렸다. 하나가 내려가면 다른 하나가 그 자리를 따라갔다. 유리 너머 골목의 가로등이 번져서, 세상이 물감을 덜 말린 그림처럼 보였다.주전자에 물을 올리고 기다리는 동안, 서윤은 서랍 깊은 곳에서 오래된 엽서 한 장을 꺼냈다. 몇 해 전 바닷가 마을에서 산 것이었다. 뒷면에는 할머니의 삐뚤빼뚤한 글씨가 남아 있었다. "비 오는 날엔 일찍 들어와서 따뜻한 거 마셔라."그 말을 들을 때마다 서윤은 웃기만 했다. 어린 시절 비가 오면 할머니는 늘 창가에 앉아 뜨개질을 했다. 서윤은..